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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부산영화제 논란 (스테파니 자카렉 ‘타임’ 수석평론가)

Author
isupportbiff
Date
2016-03-11 22:17
Views
2410


 

안타까운 부산영화제 논란

전문가 기고 - 스테파니 자카렉 ‘타임’ 수석평론가 

내가 부산을 처음 방문한 건 작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다. 당시엔 ‘빌리지 보이스’지(誌) 수석영화평론가로 일했고 지금은 타임 매거진에서 영화평론을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첫 방문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셈이다. 부산은 생애 처음으로 방문한 아시아 도시이자, 처음 참석한 아시아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나는 이내 부산이라는 도시에 매료되고 말았다. 부산이 가진 아름다움과 부산 사람들의 친절함, 부산 국제영화제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감동적인 환대와 효율적인 운영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부산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주요 영화제로 성장한 것이 우연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됐다. 헌신과 열정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관객들과 영화가 만나도록 하며,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관객과 초대손님들을 대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비전을 제시하는 영화제가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다. 이런 노력과 헌신이 영화제 초기부터 쌓여왔으며 성장의 주요한 동력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와 함께 부산 국제영화제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인 필자는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영화제들을 돌며 즐거운 경험들을 해왔다. 영화제라는 것은 특정 국가의 영화문화를 이해하는 첩경이다. 그 나라의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어떤 영화들을 선호하는지 등 개인과 집단의 특성들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결국 영화는 일종의 ‘하나가 되는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고 믿는다. 특정한 영화를 함께 보면서, 관객들은 개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믿음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더욱 강고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제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원칙이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우리들은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질문을 한다. “어떤 영화를 보는지, 왜 이 영화를 상영하는지, 누가 이 작품을 선정했고, 어떤 이유로 선정했는가”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영화제는 저마다 독특하고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을 보며 관객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영화제의 특징과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들이 좋은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종종 흥미로운 예술적 재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소개되기도 하고, 문화·정치·역사적 사건을 특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건 곧 세계를 보는 일이다. 조직이나 선정을 책임지는 프로그래머들의 비전을 제한하면 영화제의 비전과 발전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부산에서의 값진 경험은 나에게 영화는 물론, 세계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 줬다. 이런 인식의 확장이야말로 영화제가 선사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그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조직의 분위기와 특징을 만드는데 있어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제에서 리더의 역할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런 연유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지는 건 아주 염려스럽다. 필자를 비롯해 수많은 해외 영화인들은 이 위원장의 리더십이 신명나고 다채로운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재를 만들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부산영화제를 위해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과, 열정, 지혜, 헤아릴 수 없는 인정과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외에도 프로그래머·스태프·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영화제를 위해 애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부산영화제가 지닌 특별하고 생동하는 에너지를 느낄수 있었다. 놀랍게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노력과 헌신을 이어온 이 위원장은 걸맞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뉴욕=스테파니 자카렉
‘타임’ 수석평론가

[중앙sunday] http://sunday.joins.com/archives/12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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